가만 보자, 오 년쯤 됐나. 열여덟살, 독서부였던 친구와 함께 학교의 밤샘독서에 참여했던 적이 말이다.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고, 학교 뒷동산에 올라 수다를 떨고 작은 소파에 누워 쪽잠을 잤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떠올리기에는 많이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즐거운 기억이다. 친구들과 모여서 밤을 새는 건 고작해야 수학여행 따위 뿐이었으니까. 익숙한 공간이 순식간에 낯설어지고, 흥미로운 공간이 된다. 친구는 즐거워하는 내게 '내가 하자고 하길 잘 했지?' 하고 의기양양해 했다.
스무살을 훌쩍 넘긴 지금도 마찬가지다. 친구의 추천으로 이번 밤샘독서행사에 신청을 하게 됐다. 생각보다 참여 인원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는 채 오십명도 안 되는 인원이었는데, 이번에는 백삼십여명을 넘겼다. 그때와 도서관 규모도, 인원도 훨씬 커지고 늘어나 잠시 당황했다.
수십, 수백 번을 드나들었던 도서관인데, 밤늦은 시간에 모인 덕인지 평소와는 낯선 기분이 들었다. 개회사 이후 여러 책을 골라 자리에 앉았다. 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정유정의 <<7년의 밤>>, 우타노 쇼고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총 네 권을 빌렸다. 남들이 골라온 양을 보며 욕심을 부렸나, 잠시 고민했지만 이럴 때나 욕심을 부려보지! 싶어 책장을 펼쳤다.
팔랑팔랑, 종이 넘어가는 소리,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도서관을 메웠다. 낮잠을 충분히 자고왔지만 왠지 나른해져왔다. 비치된 음료를 마시고, 과자를 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