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새벽이다. 평소라면 어둠에 싸여 닫혀 있을 대출자료실, 이곳에 서서 후기를 남긴다.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기는 학우들과 함께 한 밤이었다. 즐겁고 아름답다.
다과와 함께, 창 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저물어드는 와중에 책을 읽는 것은 굉장히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중앙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조별과제 일로 도서관에 처음 오게 되었다. 책을 찾아서 헤메던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종이 위에 쓰인 수많은 사람들의 글귀였다. 호기심에 다가가서 하나하나 읽어보자 굉장히 재미있는 글도 있었고, 그림도 있었다. 밤샘독서행사 그래피티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다가 모여 벽면을 메운 종이에 자신들의 생각과 사유 그리고 가벼운 잡담들을 글 위에 옮긴 것이다. 매우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평소라면 닫혀 있을 도서관에는 불이 켜져 있고 사람들은 모여서 밤을 새워 책을 읽는다니 굉장한 행사가 아닌가! 큰 매력을 느낀 나는 올해 열리는 밤샘독서행사는 꼭 참여하리라 마음먹었다.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밤샘독서 신청 권유를 반가이 받아들였다.
10시가 가까워져 도서관에 들어가니 많은 학우들이 독서를 위해 모인 모습이 보였다. 설렘을 안고, 짤막한 인사와 함께 개회된 밤샘독서는 조용한 책들 사이에서 사람들의 오감과 함께 시작되었다. 한 손에는 읽고 싶은 책을 들고 한 손에는 다과를 들고 움직여 원하는 자리에 앉아 양껏 독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고요한 침묵 사이에서도 열정이 오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문헌정보학과를 들어와 사서의 길을 걷고 있는 나로서는 굉장히 뜻깊은 광경을 보게 되어 좋았다. 오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고, 독서가 자아낸 분위기는 모두가 책에 열중하여 책의 저자와 함께 생각의 길을 걷는 것을 도와주었다. 책을 읽는 가운데 여러 교수님들과 선생님들도 사이사이에 앉아 책을 읽으셨고, 학생들에게 말을 거시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시려 노력하였다. 그 후 1시가 되자 OX퀴즈가 시작되었다. 자료실 입구에서 노끈으로 공간을 구분해 시행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퀴즈를 푸는 것을 보니 우리 학우들이 독서에 대해 가지는 관심을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문제를 잘 풀지 못해 초반에서 탈락했지만, 선생님들이 "이때 아니면 언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라면을 먹어보겠나? 색다른 경험이지 않겠어?"하면서 준비해주신 컵라면과 김밥을 나눠주었다. 정말로 컵라면을 먹으며 책을 읽는 것은 마치 금기를 깨는 듯한 짜릿함과 즐거움을 함께 주었다. 다 먹은 후에는 다시 독서가 시작되었고, 하나 둘씩 벽면에 붙은 종이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내가 도서관에 와서 처음으로 보고, 매력을 느꼈던, 그 그래피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종이에 자신의 글을 남기고 생각을 남겼으며 우리는 누구며 여기에 왔다갔다! 라는 것을 쓰고 있었다. 나도 얼른 가서 인상깊던 구절을 하나 남겼고, 시를 한 편 써두었으며 함께 온 문헌정보과 선배들과 함께 우리 또한 독서캠프에 참여했음을 남겼다. 많은 선생님들과 교수님들도 우리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글귀를 남기는 것을 보며 퍽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행사가 끝나지 않았다. 4시 반밖에 되지 않았으며, 한시간 반 이라는 많은 시간이 남아 나를 기다린다. 그럼에도 이번 밤샘독서는 즐겁고 유익한, 색다른 경험이었노라고 말하고 싶다. 여명을 밝힘과 함께하는 우리의 독서는 큰 의미를 가졌다. 나는 그래서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학술정보원과 중앙도서관에게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되었다. 밤샘독서를 학기 중 한번씩으로 늘리고, 다른 독서활동을 진행한다면 나 뿐만 아니라 학우들과 교직원 분들에게도 큰 소양을 쌓게 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모두가 함께하는 독서 토론이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의 독서 사생대회 등을 교내에서 주최한다면 즐겁지 않을까? 최근 대학가에서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쌓게 하고 도서관과의 친화도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 중앙대학교도 학생들을 위해 독서 행사등을 주최한다면 균형잡힌 시각과 널리 열린 마음가짐을 갖추게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번에 학생들이 읽은 책들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 그리고 이번 행사에서 작성된 서평들을 잘 활용한다면 앞으로 도서관에서 열릴 행사에 이것저것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오늘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가는 것이 굉장히 만족스럽다. 앞으로 남은 한시간 반 동안 책을 읽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되새기고, 즐거운 추억을 생각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러한 자리를 만들어 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