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독서행사가 벌써 5회를 맞이했다.
나는 일년 동안 휴학하는 바람에 참여를 못한 4회를 제외하고는, 밤샘독서행사가 처음 시작된 2012년부터 매 해마다 밤샘독서행사에 참여해왔다.
5번 중에 4번이나 참여했으니 나름대로 밤샘독서행사 참여에 있어서는 잔뼈가 굵다고 생각한다.
밤샘독서행사가 처음 시작된 때에는 사서선생님들도, 참여하는 우리들도 뭔가 다들 어리둥절 했었던 것 같다.
그때도 OX게임, 라면과 삼각김밥, 행운권 추첨, 독서그래피티 같은 굵직한 행사는 동일하게 진행됐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OX게임의 경우에 1회차에 비하면 OX 진행 자체도 매끄러워지고, OX 구분 선 같은 것도 생기고, 나름대로 탈락자들은 어떻게 라면있는 곳으로 보낼지 동선도 생긴 것 같다. 1회차 때는 OX 게임에서 탈락하고나서 다들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도서관을 한바퀴 다 돌아서 라면먹는 곳으로 갔었는데 이번에는 동선이 깔끔하게 떨어졌던 것 같다.
독서그래피티 종이도 초반회차까지는 그냥 흰 종이만 붙여놨었고, 매직같은 경우에도 색깔 자체가 몇개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독서그래피티하는 종이 뒤에 예쁘게 보라색으로 배경종이도 생기고, 그래피티하는 종이질 자체도 옛날보다 훨씬 좋은 종이인 것 같다. 매직도 다양한 색깔이 구비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색을 사용해서 책 구절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색칠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독서활동만큼이나 독서그래피티활동을 즐기는 것 같았다. 막상 밤샘독서행사 끝나고 나면 남는건 오히려 읽은 책 보다 내가 남긴 독서그래피티인 것 같다. 도서관 한 벽면을 통으로 차지하고 일년동안이나 내가 남긴 그래피티가 걸려있는 건 꽤나 뿌듯한 일이다.
또한 주목할만한 것은 도서관에서 우리가 밤새 읽는 도서 대여기록을 수서정책에 활용한다는 점 이다. 1회차 때는 따로 대출하지 않고 원하는만큼 책을 가져와서 도서를 열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2회차부터였나 3회차 부터였나 대출을 해서 보라고 했던 것 같다.(오래전 일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여하튼 학생들이 밤을 새면서 까지 읽는 도서 목록은 그냥 일반 상황에서 빌리는 도서 목록과는 다른 측면에서 도서관에서 수서정책을 세우는데 유의미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이러한 데이터들을 그냥 버리지 않고, 다시 학생들을 위해 활용해주려고 하시는 시도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이번 행사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독서토론행사가 빠졌다는 점 이다. 이것도 몇회차인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독서커뮤니티 한 팀이 해당 커뮤니티에서 읽는 주제도서로 독서토론을 하고 청중들이 질문하는 식으로 5시쯤에 독서토론을 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 보다가 잠 올 때 쯤에 토론하면서 잠 깨고 행운권 추첨하고 하는게 되게 재밌고 행사가 알차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안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만약에 독서토론을 할 커뮤니티팀을 못 구한다면 그날 밤샘독서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즉석으로 독서토론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할 것 인가, 진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것 같긴 하다.
점점 밤샘독서행사가 자리를 잡아가고, 이제야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겠는데 학교를 떠나야 해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도서관은 음식물을 먹으면 안되고,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다가는 공간이라는 틀을 깨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라면이랑 과자도 먹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경험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에서 도서관은 나에게 특별하다.
교수님이 도서관은 서가, 장소, 기관의 기능을 한다고 말씀하신적이 있다.
도서관은 나에게 이미 절판되어버린 누군가의 손때묻은 오래된 책을 만나게 해주는 서가였으며,
우리과 뿐만 아니라 다른학과 사람들과 만나게 해 준 만남의 장소였으며,
나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기관이었다.
앞으로 밤샘독서행사가 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잡아 6회, 7회, .., 계속 진행되어 후배들도 도서관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심금을 울리는 한 구절을 밤샘독서를 통해 찾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