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밤새도록 책 한 권에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것은 참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밤을 샌 경우는 마감에 닥친 과제를 하거나 벼락치기 시험공부를 할 때 뿐이었다. 그런데 고고하게 책 한 권을 완독하기 위해 밤을 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나를 충분히 설레게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밤샘독서가 시작하고 OX퀴즈를 하기 전까지는 정신이 명료하고 주변에 많은 학우들이 열심히 책을 읽는 모습에 자극이 되어 열심히 읽을 수 있었다. 이후에 새벽 3시가 넘어가면서 책 읽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밤샘독서에 도전하는만큼 꼭 내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귤을 먹으면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책에 집중했다. 다행히 책의 흐름에 다시 나를 맡길 수 있었다.
내가 읽은 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이었다. 최근에 나는 세계가 시장만능주의에 빠져 기존에는 상품이 아니었던 것까지 상품화되는 과정에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불편함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나의 그런 답답함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주었다. 경제학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것이 갖는 한계를 설명하고, 작금에 나타나는 시장영역의 확대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마치 저자와 내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
평소에 책 한 권을 짧은 시간에 계속해서 읽은 적은 없었다. 자기 전에 조금씩 읽는 게 독서의 전부였기 때문에 한 권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독서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책 한 권을 연속적으로 읽게되니 책의 전체 윤곽을 잡기가 더 수월했다. 또한,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의 호흡을 따라가는 것도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단숨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일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
책과 함께 떠난 이번 여행은 저자와 단둘이 토론을 하며 기차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여행을 스스로 종종 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