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추워진 걸 보니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네요. ^^;; 딱히 할 일 없이 (시험공부가 있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합시다.) 집에서 빈둥대던 나날들.
이번 학기엔 수업이 10시 반부터 시작하는 관계로 수업이 시작되기 전 종종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한쪽 벽면에 붙혀진 '밤샘 독서 후기' 글이 눈에 띄더라고요.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마침 기회가 되서 이번에 저도 참가를 하게 됐어요. 몸이 많이 약해진 관계로 밤을 새는 게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한번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신청하기로 마음먹었죠. 막상 이렇게 밤을 새는 것도 피곤한 걸 제외하면 나쁘진 않은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제 전공이 문학이다 보니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작 과제에 필요한 책 외에는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거의 읽지 않았던 것 같네요. 설령 읽고 싶은 책을 대출한다 하더라도 시간에 쫒기다 보면 다 읽지도 못한 채 반납해 버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생각이었어요. 읽은 책은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이었고요. 이미 수업 시간에 다룬 작품이긴 했지만, 단편집 중 일부만을 다룬 거라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마침 도서 목록에 있어서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들었어요. 새벽에 책을 읽으니 수업 시간을 위해 읽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수업 시간을 위해 읽을 땐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 급급했다면 이번엔 좀 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면서 읽었다고 해아 할까요. 똑같은 책을 읽더라도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읽으니 책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더라고요. 아무래도 새벽의 도서관이다보니 조용한 분위기가 더해져서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밤보다는 아침에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밤에는 무조건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야행성의 매력을 느껴본 것도 좋았어요. 아침이 밝은 분위기에 활기찬 느낌이라면 밤이나 새벽은 어둡고 조용해서 왠지 차분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책을 읽다가 바람 쐬러 잠깐 밖에 나가 보면,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빛나고 주변은 온통 어두컴컴한 그런 분위기. 그 속에서 방금 책에서 읽었던 한 문장을 떠올리면 밤공기가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어지러웠던 마음이 차츰 가라앉고, 그렇게 다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서 마저 책을 읽는 거죠. 과제 때문에, 공부 때문에 미뤄놓았던 숙제를 다 한 것만 같아서 무척 기분이 좋았어요.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서재 사이를 어슬렁 거리며 어떤 책이 있나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고, 옆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몰래 훔쳐 보기도 하면서 다음 번엔 나도 한번 저 책을 읽어봐야지 생각하는 것도 좋았고요. 중간중간 수시로 흡입한 수많은 과자와 음료수도 물론 빠질 수 없는 참가의 핵심 요소인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거에요. 확실히 새벽의 도서관은 낮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내더라고요.
앞으로 얼마나 더 바빠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책을 읽고 싶어요. 수업 시간에 읽는 책도 물론 좋지만, 진짜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찾기 위해 서재에서 어슬렁거리다 그 책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몇 장을 넘겨보곤 대출을 하고 도서관을 나서는 그 설렘. 그 기분 좋은 감정을 너무 오래 잊고 산 것 같네요. 당장 2주 뒤 조별 과제로 이청준 작가의 작품을 읽어야 하긴 하지만 그건 그거 나름대로 열심히 읽고, 제가 읽고 싶은 책도 열심히 읽을 생각이에요. 날씨가 많이 추워진 만큼 밖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기 보단 도서관에 앉아 혹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뒤 포근한 공간에서 따뜻한 음료 한 잔을 옆에 두고 책을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이청준 작품은.. 음.. 교수님 사랑해요. ㅠㅡㅠ (제발 재수강만은..)
이번 기회를 통해 진정한 문학도(?)로 다시 한번 거듭나겠습니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 권씩, 일 년에 50권 이상 읽을 생각이었는데..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여러분~ 책 많이 읽으세요. (비싼 등록금 냈는데 본전 뽑아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