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이 중요한 게 아냐. 돈보다 중요한 게 있어. "
" 나도 알고 있어. "
" 오빠는 분명 잊게 될거야. 욕심이 눈을 가리고 있으니까... "
" 아니라니까! "
" 그래도 항상 기억해.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
# 중앙대학교 대학원 5층 회의실
그 곳에서는 창의 인문학 특강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처음 만났다.
작은 키에 당돌한 그녀는 강사님에게 논리적이지 못하다면서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강사님의 쿨한 넘김에 그녀는 화가 난 듯 했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당돌함에 놀라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기싸움을 보는 게 재밌기도 했다.
그 날, 인문학 60선 중 거의 절반을 읽은 학생이 가장 인상깊게 본 책으로 '공산당선언'을 말했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 중앙대학교 도서관 2층 대출자료실
밤샘 독서 행사에서 읽을 책은 정해져있었다. 책을 고르는 순간부터 나의 눈은 '공산당선언'을 좇았다.
한 바퀴를 돌아도 나오지 않던 이 책은 두 바퀴를 돌 때에야 비로소 무더기로 나타났다.
냉큼 집어들고 30여 페이지를 읽고 난 뒤, 나는 이 선택을 후회했다.
하지만 시작도 이 녀석인데 끝도 이 녀석이어야 하지 않겠냐는 일념 하에 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OX 퀴즈가 열렸고, 나는 일찍 탈락했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이 때, 그녀를 만났다. 아니 아직은 그녀인 줄 알지 못했다.
그녀가 3등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오답에 가 있길래 나는 아는 문제였기에 정답으로 오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4등을 해 경품을 받지 못했다.
미리 알아보았다면, 남의 말을 듣지 않았을 걸 알았기에 말하지도 않았을텐데...
아직 그녀인 줄 모르는 그녀를 놀리기 위해 찾아갔고, 그녀는 자신이 대학원 5층의 그녀라며 고백했다.
나는 그제서야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로 존댓말을 쓰던 우리는 1시간 반 동안에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어느 새 반말을 하고 있었다.
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을 얻은 기분이었다.
덕분에 활발해진 머리로 '공산당선언'과의 싸움을 끝내고 이렇게 후기를 적는다.
통성명도 없이 1시간 반 동안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P.S. 돈으로 살 수 없는 밤샘 독서 행사를 선물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더불어 '공산당선언'을 추천해 준 이름 모를 그 친구에게도 감사합니다.
제5회 밤샘 독서 행사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