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절반으로 나뉜다. 앞장은 위에 제시된 '효율적 이타주의의 5가지 사고법', 절반은 '효율적 이타주의의 실천적 해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왜 우리가 효율적으로 이타적이어야 하는지 설명한 뒤 실천할 수 있는(저자가 생각하기에) 방법을 알려준다.
앞장의 '기부'에 대한 타당성을 부여하는 저자의 논리는 꽤나 설득력이 있다. 중간중간 독자 눈높이에 맞춘 예시들이 복잡한 수치들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해준다. 가장 인상깊었던 예시를 말하자면,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된 ‘QALY’와 ‘WALY’, 즉 질보정수명과 행복보정수명이다. 저자는 QALY를 이용하여 사업의 효과를 수치로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효율적 이타주의가 주의해야 할 5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QALY를 비교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3부의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에서 모기장에 기부하는 것이 카포시 육종 치료사업에 기부하는 것보다 더 큰 500배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WALY 또한 마찬가지이다. 2부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에서 책을 5만달러 기부하는 것이 시각장애인 안내견 한 마리에 5만 달러를 사용하는 것보다 큰 편익을 제공한다고 제시되어 있다.
착한 일은 칭찬받아야 마땅한가. 이 책은 선의의 행동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충격적으로 머리에 남아있는 ‘플레이펌프스인터네셔널’ 이야기는 현재 코로나19사태나 홍수로 인해 기부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기부’는 중고등학교 시절, 채우면 채울수록 좋은 봉사시간 같은 것이 아니다. 물론, 커피 몇 잔과 바꾼 행동은 어떤 면에서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이 책에선 그렇지 않다. 우리가 어떤 기업에 돈을 투자할 때와 마찬가지로 묻고 따져봐야 한다. 내가 기부한 돈이 정확히 어디에 사용되는지 (이때 기부단체가 얼마큼 사용할지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어떤 효과를 내는지, 그 효과는 나에게 다시 어떻게 돌아오는지 모두 살펴봐야 한다. 아마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기부했다는 이유로 조금의 뿌듯함과 자긍심을 가져간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알아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 조사했느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불균형이 최고조로 달하는 시기에 살아가고 있다. 200년 사이에 미국은 30배나 소득이늘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 살고 있는 이들은 상위 10%안에 속할 것이며, 이는 나머지 90%에게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실을 체감하지 못한다. 여전히 약 2달러로 하루를 보내는 후진국의 이야기는 아직 나와 관련없는 이야기라고 넘긴다. 우리가 이 불균형을 맞춰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기대가치’를 고려한다면, 세계 불균형의 심각성을 간과하였을 때 초래되는 결과는 절대로 나와 관련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을 읽은 모두가 지금부터라도 이를 해소하기위해 노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