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철학책이 얼마만인가. 철학을 좋아하지만 철학만을 다룬 책을 깊이 있게 읽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철학책이 그렇듯 서양철학사를 철학가별로 핵심 내용만 훑고 지나가기 마련이다. 내가 들었던 철학의 이해도 그런 방식이었고, 대중 철학서적도 다 그런 흐름을 가진다.
이 책도 사실은 마찬가지다. 근대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의 철학사조의 흐름을 따라 책이 전개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전까지 읽었던 책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흐름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당대에 살던 철학자의 머릿속으로 완전히 들어갔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철학자의 머릿속으로 장소를 옮긴다. 이와 같은 책의 설명 방식은 사고를 극한까지 밀어붙였던 철학자들의 초월적 사고방식을 정말 잘 전달해준다. 이는 단순히 흘러가는 물결이 아니라, 이전 사고의 경계를 짓고 새로운 사고가 시작되는 혁명과도 같은 일이다.
이처럼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이 있다니. 요약으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철학자도 이 책으로 보니 새로운 면이 있다. 앎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