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의 매력

 이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 및 서술된 학자의 이론 그 자체 외에도 수학이나 과학의 개념의 뒤에 있는 학자들의 고뇌와 서로 간의 경쟁이나 논리의 싸움 등의 배경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지 아닌지가 그들의 이론이나 대표적인 개념을 이해해나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지 이론이나 개념들을 주어진 기간 안에 이해하기 위해서 그 개념들이 탄생한 배경들은 다 건너뛰고 (마치 가지치기 하듯이) 배웠었다. 하지만 개념을 이해하고 이론들의 등장과 발전 과정들을 온전히 다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이론들을 '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학자들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갖고 있었던 학문적 욕망이 무엇이었고 그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한 얘기를 알게 되니 이론만을 알게되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 있게 과학 분야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천재에 대한 동경심이 있다. 본 전공의 경우 영상제작 같은 것은 모두의 협동이 없으면 하기 힘든 작업이며 학교 생활을 통해 개인과제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의 결과물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에 반해 이 책에 실린 많은 천재적인 학자들의 학문적 탐구 스토리는 그들 개인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혼자 사고실험을 하여 정립한 상대성이론과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개인의 체계적인 사고 역량이 역사적, 과학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들은 해냈다는 점에서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몇몇 이론들이 학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보어의 상보성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보면 나의 경우 사회과학대학에 속해 있는데 사회현상과 그것의 과학적 이해라는 것도 어쩌면 그 깊은 이해를 위해 상보적인 모습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다.

 철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신석기혁명이 있은 후로 우리는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정착생활을 한다. 그렇게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기다리며 한 자리에 앉아서 주위의 자연에 대해 관찰하고 생각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또 관찰하고 그러면서 철학적 사고가 시작된 것이다. 또한 칼 세이건이 보이저 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에 보이저 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서 마지막으로 지구의 사진을 찍어보자고 하였다고 한다. 그 사진을 보면 단지 검은 바탕에 파란색의 창백한 한 점이 보이는 데 그게 바로 지구다. 칼 세이건은 이것을 보고 끝을 측정할 수 없고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수없이 많은 이 우주에서 봤을 때 우리는 티끌만큼 작은 지구에서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전쟁을 벌여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기도 하며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두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과학적 성찰, 자연에 대한 관찰은 인간도 결국은 자연의 일부임을 일깨워 주며 자연 안에서 더 겸손한 마음을 심어줄 수 있는 행위가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