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는 어두운 7편의 이야기를 왜 썼을까. 감히 생각해 보자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독자인 '나'가 알고 있는지, 무시하거나 외면하진 않는지, 어줍잖은 편견을 통해 바라보고 있진 않는지 생각하게 만들고자 한 것 아닐까. 소설에 나오는 사건들, 인물의 내면, 감정은 소용돌이 치고 혼란으로 가득하다. 이런 복잡한 일들은 우리 사회의 여러 문화와 관습, 보편적인 인식에 의해 일어났음을 소설의 여러 복선과 상황 설정, 배경묘사, 표현들로 알 수 있다. 겪어본 적이 없는 독자들도 상황과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다. 같은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소설의 주변인물들이 바라보는 주인공은 부정적이다. 인격은 괄시당하고, 그의 선택과 행동은 존중받지 못하고 비난받는다. 하지만 소설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은, 소설의 주변인물로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을 주인공의 마음속을 들여보게 해준다. 독자는 더이상 주인공의 행동과 선택, 말들을 무조건 비판할 수 없게 된다.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사회의 부조리일 수도 있다. 또는 굳게 믿었던 도덕적 관념이 무너지게 된다. 인간관계와 가족의 혈연관계의 부질없음을 소설은 담고 있기 때문에 사람은 무조건 다른 사람과 이런 관계를 맺고 상대를 대해야 한다는 규칙이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