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양

「인생의 원점」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인아를 죽인 인아 남편에게 악담을 퍼부어놓고 그의 어머니에게는 곧 털고 일어날 거라니, 이런 이중성은 서진 자신의 정신을 더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리라 생각했다. 이상한 것에서 우월감을 느끼려는 서진의 말투에서 변태 같은 면모가 보였고, 인아에 대한 복수라고 하기에는 지질해보였다. 서진에게 ‘돌아갈 곳’은 인아뿐이라서 그랬을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인아가 서진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서진만의 구원자였으며 어쩌면 서진의 일방적인 사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서진만 비판하기에는 인아도 독특한 인물이라 언급을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직설적으로 좋다 싫다 말하지 않고, 상황을 가정하고 비교하듯 자신의 감정을 얘기하는 인아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처럼 보인다. 남편의 구타에도 이혼이 쉬운 거냐며 참고 살겠다는 것에서는 답답했는데 결국 골프채를 휘두르게 된 것에는 연민을 느꼈다. 사채업자 대신 서진을 부른 데 있어서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인아 자신의 죽음이 자신을 더 편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바람직한 사랑의 형태는, 삶의 자세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