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이거나 특히, 정치 관련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에세이’ 치고 읽기 쉽지 않은 책이다. 1부는 추상적인 느낌이 강하다. 왜냐하면 ‘행복’, ‘자유’, ‘권리’, ‘당위’ 등 보통 때에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 소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헌법의 본질과 연결하는 것에 이어, 2부에서 작가는 ‘국회의원’이었던 본인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풀어놓는다. 1부보다는 현실과 좀 더 밀접한 관계가 있고 “정치인을 수입하자!”는 독특한 견해 등도 소개하고 있어 2부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독재정권 시기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아직 민주공화국으로 ‘향하는 중’이며, 여전히 쟁취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라는 책의 요지는 이해하겠으나, 글에 작가 본인 관점이 깊이 관여되어 있어 논설문 같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관습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자기 방어 기제와 합리화의 분위기는 독자에게 부담을 주는 듯하다.
인터넷 국어사전에 따르면 에세이는 “개인의 상념을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한두 가지 주제를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논하는 비허구적 산문양식”이라고 한다. <후불제 민주주의>는 문체에 담긴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면을 보아 ‘비공식적’ 에세이에 속하는 것 같다. 이를 염두하고 책에 미리부터 반감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