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아직까지 이 책을 안읽었던 걸까

 아몬드는 사실 몇년 전 부터 유명했던 소설이다. 서점에 가면 항상 베스트 셀러 칸에 자리잡고 있으며 책의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를 보여줬다. 소재의 참신함과 그 서사적 표현의 섬세함, 독특함에 빠져든 여러 사람들이 각종 sns에 이 책을 추천하며 더욱 불티나게 팔리게 되었다. 평소 소설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이 책 만큼은 손이 가지 않았다. 남들이 다 하는 행동을 따라하고 싶지 않았던 중2병적인 마음가짐이었을까? 어찌 되었든 한번을 손대지 않던 이 소설을 독서토론을 통해 읽어보게 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후회가 먼저 들었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런 소설을 지금에 와서야 읽게 되었을까? 지금까지 읽지 않았던 시간들을 손해보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안도감 또한 가지게 되었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만큼의 여운을 가지고 책에 빠져들 수 있었을까? 아는 아마 아니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커지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한 넓어지게 되고 여러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 키워지게 되었다. 특히 공감능력이 없는 주인공에게 몰입하니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삭막할 수 있을까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이 느껴졌다. 누구보다 슬퍼야 할 상황에서 슬퍼할 줄 모르는 만큼 슬픈일이 없음을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원래는 슬픔이란 아픈 감정으로 가능하면 느끼지 않는 편이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슬픔을 느낄 줄 모른다면 오히려 보는 입장에서 가슴이 미어지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떠나간 사람을 추모하는데 나의 감정을 아낌없이 쏟아낼 수 없다면 죽은 사람에 대해서보다도, 스스로에 대해 죄책감과 자책을 하게됨으로써,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누구보다도 슬픈 상황을 겪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일반인보다 현저하게 작은 편도체를 가지고 태어났다.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러나 낳은 엄마는 후회하고 주인공은 여러 괴롭힘을 받는다. 여기서 다행인 점은 감정에 무디기에 괴롭힘에도 큰 고통이 없었다는 점이다. 엄마와 할멈은 감정이 애초에 없었던 주인공이라도 사회에서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감정을 학습시킨다. 수많은 상황을 시물레이션 돌리며 각각의 상황에 대처할 태도를 연습한다.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주인공의 공감능력 부족은 허무하게 들키고 만다. 감정에 예민한 나이인 만큼 동급생들도 주인공의 이질감에 대해 쉽게 알아챌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던 와중 세상에 증오를 느낀 회사원에 의해 묻지마 칼부림을 엄마와 할멈이 당하게 된다. 할멈은 죽고 엄마는 혼수상태에 빠짐으로써 더이상 주인공에게 감정을 가르쳐줄 사람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에게 감정을 가르쳐준 존재는 정작 다른데 있었다. 바로 동급생들. 곤이와 도라는 각각 생명의 중요성과 우정과 사랑에 대해 곤이에게 알려주려 하였고 이러한 자극은 평생 열릴리 없다고 생각했던 굳게 닫힌 주인공의 감정의 문을 왈칵 열어주었다. 우리 나이때에는 부모님과 선생님보다도 친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게되는 모습을 정확히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결말에 이르러서는 주인공도 감정을 느낄 줄 알게되고 평생 처음 흘려보는 눈물에 감개무량해진다. 비록 곤이를 구하기 위해 크게 다쳤지만 오히려 이가 시발점이 되어서 주인공의 감정이 제대로 각성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평소 감정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경시 여겼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당연스레 가지고 있는 감정과 공감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