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리뷰

요즘 시대의 사람들은 '감정적'인 것을 다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감정적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쏟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물론 감정적인 성향의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면 위와 같은 단점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의 본질적인 측면을 생각해 본다면, '감정'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존재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몬드>라는 이 책은 인간에게 있어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깨우침과 고찰을 낳는 책이다. 오늘날 시대의 사람들은 다소 냉소적인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사회와 개인의 분리가 발생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며 다른 사람의 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감정소비를 하고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의 '감정적 교류는 때로는 우리가 좋지 않은 일을 겪더라도 이겨내고 살아가는 힘을 주기도,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편도체의 문제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아몬드>의 주인공 선윤재는 학교생활을 하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웃어야 할 상황에 제대로 웃지 못하고, 슬퍼 울어야 할 상황에 제대로 울지 않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곤 했다.) 그리고 윤재의 엄마는 이러한 윤재가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고자, 윤재의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주입하며 교육하였고, 윤재는 상황에 따른 감정을 인지하고 출력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윤재가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귀고, 관게를 구축해 나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곤이와 도라가 등장하기 전까지 윤재에게 친구라고 할 만한 존재는 부재했으며, 그저 엄마가 소망하던 평범을 이루기 위해 홀로 묵묵하게 살아가는 것에 집중했을 뿐이다.

그렇게 살아가던 중, 윤재는 불의의 사고로 할머니를 잃고 엄마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윤재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윤재의 병을 모르는 주변의 사람들은 할머니와 엄마를 동시에 잃고도 아무렇지 않아하는 윤재를 보며, 수근거렸다. 물론 그들이 보기에는 누구나 힘들어야 할 상황에 힘들어 하지도 않고,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이는 윤재가 이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처럼 감정이 부재한 상태의 윤재는 다른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고, 오히려 엄마가 바라던 '평범'과는 동떨어진 삶을 게속해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책의 후반부에서는 윤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변화를 맞이하고, 의학적으로도 뇌에 변화가 생겨 긍적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결말로 흘러가게 되지만,  책 속 윤재의 삶을 바라보면, 감정이 부재한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고 집단에 어울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느낄 수 있게 된다.  

'나의 슬픔에 슬퍼하는 이가 있다면 그건 기쁜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타인의 말에 공감하는 것은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정서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감정이 부재한 사회에서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되고 아름다운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감정적인 것의 이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